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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교회의 책임 회피와 세계청년대회의 역설

 

세계청년대회는 신앙의 결속을 다지고, 청년들에게 희망과 영감을 주는 것을 목표로 하는 대규모 행사입니다. 그러나 가톨릭 교회 내 성 학대 문제와 이에 대한 미온적인 대응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상황에서, 이러한 행사가 오히려 교회의 위선과 피해자들의 고통을 더욱 부각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포르투갈 교회의 신뢰 위기

 

최근 포르투갈 가톨릭 교회는 수십 년간 이어진 성 학대 문제와 이를 조직적으로 은폐해 온 사실로 인해 심각한 신뢰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2023년 발표된 조사 결과에 따르면, 1950년부터 2020년까지 최소 4,815명의 피해자가 성직자들로부터 학대를 당했습니다. 피해자 대부분은 어린 시절 학대의 대상이 되었으며, 이는 교회 내 권력 구조의 남용과 은폐로 인해 지속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교회의 대응은 실망스럽기 그지없습니다. 가해자로 지목된 성직자들의 직무 정직은 지지부진하며, 피해자들에게 지급해야 할 배상금도 법적 판결을 기다리겠다며 지연되고 있습니다. 피해자들의 아픔을 기억하기 위해 약속했던 기림비조차 최근 백지화되면서, 교회가 여전히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대규모 축제가 피해자에게 주는 상처

 

이러한 상황에서 세계청년대회와 같은 대규모 축제를 개최하는 것은 피해자들에게 또 다른 상처를 줄 가능성이 큽니다. 성 학대 피해자 지지단체들은 리스본 곳곳에 포르투갈에서 4,800명이 넘는 어린이들이 가톨릭 교회에 학대당했다는 메시지를 담은 광고를 게시하며, 이번 행사가 피해자들에게 얼마나 큰 고통을 줄 수 있는지 경고하고 있습니다.

 

피해자들이 여전히 고통 속에서 정의를 외치고 있는 와중에, 교회가 축제를 통해 신앙의 기쁨을 강조하려는 모습은 결코 긍정적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이는 교회가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신앙 공동체의 이미지를 유지하려는 시도로 비춰질 수 있습니다.

 

새로운 피해 가능성 경고

 

더 큰 문제는 세계청년대회와 같은 행사가 새로운 피해자를 양산할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수많은 청년들과 성직자가 교류하는 이 행사는 부적절한 권력 관계와 신뢰를 악용한 학대가 발생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습니다. 실제로 가톨릭 교회 내 성 학대 문제의 근본 원인은 권력의 남용과 은폐 구조에 기인합니다. 대규모 행사는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더욱 부각시키는 환경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축제에 참석한 청년들은 교회가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목격하며 신앙과 교회에 대한 기대를 잃을 위험이 있습니다.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도 축제는 가능하다는 메시지는 교회가 책임을 외면하는 태도를 정당화하며, 청년들에게 왜곡된 신호를 줄 수 있습니다.

 

진정한 해결이 우선되어야

 

지금 교회가 해야 할 일은 과거의 잘못을 덮으려는 축제가 아니라, 문제를 직면하고 해결하려는 진정성 있는 행동입니다. 피해자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와 적절한 보상을 제공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구조적 개혁을 실행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과정 없이 세계청년대회를 개최하는 것은 피해자들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새로운 피해자를 낳는 무책임한 행위에 불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