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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세계청년대회, 종교 행사에 대한 공적 지원과 형평성 문제를 돌아봐야 할 때

나비3nabi1034 2024. 10. 31. 22:31

 

2027년 서울에서 개최될 예정인 세계청년대회(World Youth Day, WYD)는 전 세계 가톨릭 청년들이 모여 신앙과 희망의 메시지를 나누는 국제 행사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WYD의 주제는 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라는 성경 구절에서 비롯되어, 많은 청년들에게 희망을 전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 그러나 이 대규모 종교 행사를 둘러싼 공적 자금 사용과 형평성 문제를 심도 있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WYD와 같은 대형 국제 종교 행사는 예산 소요가 막대하다. 많은 참가자와 준비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은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 없이는 충당하기 어려운데, 이때 문제가 되는 것이 바로 공공 예산의 사용이다. 특히, 종교의 중립성을 원칙으로 하는 다종교 사회인 한국에서는 특정 종교 행사를 위해 세금이 사용되는 것이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이나 종교와 무관한 사람들에게 불공정하게 여겨질 수 있다. 이로 인해 공적 자금이 WYD 같은 행사에 투입될 경우, 사회적 공감대 형성과 형평성 확보가 필수적이다.

 

최근 한국에서는 가톨릭 성지화 사업에 공적 예산이 사용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은 관광 자원 개발과 지역 경제 활성화를 명분으로 가톨릭 성지 개발에 자금을 지원해왔다. 하지만 이러한 지원이 특정 종교만의 이익을 위한 것이란 지적이 이어지고 있으며, 공공의 세금이 특정 종교를 위한 사업에 사용되는 것에 대한 문제 제기가 커지고 있다. 이와 같은 성지화 사업은 종교적 중립성을 훼손할 위험이 있으며, 정부가 특정 종교에만 예산을 투입하는 것으로 비춰져 공공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

 

해외에서도 WYD 개최가 여러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2008년 시드니 WYD는 도시 전체 교통이 마비되는 등 시민 불편이 컸고, 2011년 마드리드 WYD에서는 행사 운영을 위한 막대한 세금 투입이 논란이 되어 지역 주민들의 반발과 시위가 이어졌다. 이처럼 대규모 종교 행사는 도시 운영에 부담을 주고, 예산 지출의 공정성 논란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WYD의 주제는 평화와 희망을 전하는 것이라고 하나, 가톨릭 교회의 과거와 이중성을 둘러싼 비판도 적지 않다. 십자군 전쟁 시기 교회는 신앙을 내세워 폭력을 정당화했고, 2차 세계대전 당시 교황청은 나치의 잔혹한 행위를 묵인하며 역사적 오명을 남겼다. 이러한 과거를 돌아볼 때, 가톨릭이 평화를 강조하며 청년들에게 새로운 메시지를 전하려는 모습이 과연 진정성 있는지에 대한 물음도 남는다.

 

세계청년대회는 가톨릭 신자들에게 중요한 종교적 경험을 제공할 수 있지만, 행사 이후 이 행사가 한국 사회에 남길 가치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특정 종교 행사에 국고를 투입하는 것이 한국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남길 수 있을지, 또 과연 형평성 원칙을 지키고 있는지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요구된다. 정부는 모든 종교에 대한 공정성과 중립성을 지키면서도 WYD의 공적 지원을 둘러싼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