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교회의 동성 커플 축복, 진정한 평화를 위한 것인가?
케이프타운, 남아프리카공화국(AP통신) - 프란치스코 교황의 동성애 지지 발언이 논란을 일으키며, 폴란드와 아프리카의 일부 가톨릭 주교들은 동성애자 커플에 대한 축복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일부 주교들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새로운 방침이 기존의 남녀 간 결혼을 재확인하는 것에 불과하다며 큰 의미를 두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반응들은 가톨릭 내부의 양극화된 입장을 드러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십 년간 성소수자(LGBTQ) 공동체를 포용하려 했지만, 보수층 지도자들의 강한 저항에 부딪히고 있습니다.
가장 강경한 반발은 아프리카 주교들로부터 나왔습니다. 아프리카의 많은 국가에서는 동성애가 범법 행위로 간주되며, 잠비아와 말라위의 주교들은 동성애 축복을 허용할 수 없다고 명확히 밝혔습니다. 폴란드의 가톨릭 주교회의 역시 동성애 커플을 축복할 의향이 없다고 단언했습니다.
바티칸 교리청의 새로운 방침은 동성애 커플이 축복을 요청할 경우 이를 허용하는 가이드라인을 제공했을 뿐, 강제사항은 아닙니다. 그러나 이러한 방침에 대한 공개적 반발은 이례적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믿음의 간구(Fiducia supplicans)’라는 선언문을 통해 동성애 커플에 대한 축복이 남녀 간의 결혼 축복과 혼동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이 방침은 2021년의 선언문과 상반되는 내용으로, 독일의 제하드 뮬러 추기경은 이를 자가당착의 모순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카자흐스탄의 시나이더 주교는 이번 방침을 “교묘한 기만”이라고 부르며, 동성애 커플의 축복을 허용하는 순간 “사탄을 경계해야 한다”고 경고했습니다. 카자흐스탄 대주교 토마스 피타 역시 사제들이 동성애 커플을 축복하지 못하도록 금지해 왔다고 밝혔습니다.
대다수의 주교들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침이 가톨릭 교회가 동성애를 허용하는 첫 번째 단계가 될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영국에서는 500명의 가톨릭 주교들이 서명서를 제출하여 전통적 가르침을 지지했습니다.
짐바브웨의 성소수자 권익보호운동가 체스터필드 삼바는 이번 방침이 교회의 동성애에 대한 태도를 바꾸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남아프리카 가톨릭 주교회의는 동성애 커플을 축복할 수 있는 기회를 환영했지만, 이는 가톨릭으로 개종을 유도하는 목적이라는 해석이 덧붙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동성애 지지 발언과 이에 대한 반발은 가톨릭 교회 내부의 깊은 분열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진보적 입장과 보수적 입장이 충돌하는 가운데, 진정한 평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교회의 진정성과 구체적인 행동이 요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