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함투성이 경전에 절대권위를 부여한 신앙의 구조적 위기
성경은 완전하지 않다
개신교는 성경을 “하나님의 무오한 말씀”이라 선언한다. 그러나 그 전제 자체가 허상에 가깝다는 비판은 끊이지 않는다. 고고학적·문헌학적 관점에서 성경 속 수많은 사건들은 사실과 맞지 않는다. 출애굽기의 히브리인 탈출 사건은 고대 이집트 문서에 어떠한 기록도 없으며,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힐 때 지진과 무덤이 열렸다는 마태복음의 내용도 당시 로마나 유대의 공식 기록에는 언급조차 없다.
과학과의 충돌은 더 본질적인 문제다. 창세기의 6일 창조설, 각 생명체가 “그 종류대로” 창조되었다는 진술은 진화론이나 빅뱅이론, 지질학적 데이터와 완전히 배치된다. 욥기나 다니엘서에서 암시되는 평평한 땅, 창세기의 '궁창 위 물 저장소', 여호수아에서 태양이 멈췄다는 서술 등은 고대 중동의 우주관을 반영한 문장일 뿐이다.
도덕성 면에서도 성경은 시대를 초월한 보편 윤리와 거리가 멀다. 노예 제도를 정당화하고, 여성의 순결 여부를 혼인 조건으로 삼으며, 전쟁 포로 여성을 강제로 아내로 삼는 규정까지 담겨 있다. 동성애자를 죽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한다. 이런 문장을 ‘신의 말씀’이라 절대화하는 태도는 곧 인권과 윤리에 대한 퇴행적 선언이다.
문자 해석은 반지성, 자의 해석은 반권위
개신교는 전통적으로 성경을 문자 그대로 해석해왔다. 문제는 이러한 문자주의 해석이 과학과 이성, 현실 인식과 정면으로 충돌한다는 점이다. 창조론과 노아의 방주, 태양 정지 사건을 실제 역사로 받아들이는 것은 교육 현장에서조차 심각한 논란을 일으켜 왔다.
반대로, 일부 신학자들은 “시대적 맥락”을 내세워 자의적 해석을 시도한다. 동성애나 여성 차별, 노예제 관련 구절은 “문화적 배경”이라며 무시하고, 자신들이 수용할 수 있는 구절만을 영감받은 말씀이라 주장한다. 이는 사실상 성경을 편집하는 것과 다름없다. 문자 해석은 반지성, 자의 해석은 반권위로 귀결된다. 결국 성경은 어떤 방식으로도 온전히 수용되기 어려운 자기붕괴적 문서로 전락한다.
결함 있는 경전에 절대 권위를 부여한 종교
문제는 이처럼 모순과 결함으로 가득한 경전에 개신교가 절대 권위를 부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도덕과 윤리, 구원과 정치, 젠더와 과학까지 모든 판단 기준이 “성경”으로 환원된다. 그러나 그 성경이 결함투성이라는 점이 드러나는 순간, 모든 가치 판단이 뿌리째 흔들릴 수밖에 없다.
보수 개신교는 특히 성경을 법처럼 다루며, 사회의 다양성과 다원성에 적대적인 태도를 취한다. 이슬람, 여성 목사, 낙태, 동성애, 진화론 등 자신들과 다른 견해에 대해 ‘성경’을 근거로 일방적인 단죄를 내린다. 이처럼 결함 있는 경전 위에 구축된 도덕 판단은 설득력을 잃게 된다.
개신교는 진실에 닫혀 있다
만일 성경이 불완전하다는 전제를 인정하면, 개신교 신앙은 본질적으로 붕괴된다. 그렇기에 개신교는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성경은 무오하다”는 명제를 절대화한다. 이 절대화는 사실상 종교적 믿음이 아니라, 이념적 체계로 기능한다.성경 중심주의가 만든 사회적 단절문제는 이러한 신학적 구조가 단지 교회 안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개신교는 과학을 부정하고, 인권 담론을 거부하며, 타종교를 적대시해 왔다. 여성 인권, 젠더 다양성, 생명윤리, 사회정의 등 시대적 과제에 대한 반응은 보수적을 넘어서 극우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로 인해 청년층은 교회를 외면하고, 시민사회는 교회를 불신한다.
‘개독교’라는 신조어는 단지 혐오가 아니라, 성경 절대주의가 낳은 배타적 신앙에 대한 사회의 비판적 응답이다. 성경의 결함을 직시하지 않은 채, 그 위에서 사회를 판단하려 드는 태도는 신학과 윤리 모두에서 설득력을 상실했다.
성경이 무너지면 개신교도 무너진다
개신교는 성경 위에 세워진 종교다. 그러나 그 성경이 모순과 오류, 도덕적 결함으로 가득하다면, 그 위에 세워진 신앙도 정당성과 설득력을 상실한다.
오늘날 개신교가 겪고 있는 청년층 이탈, 신뢰 하락, 사회적 고립은 단순한 신자 감소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결함투성이의 경전에 절대 권위를 부여한 결과이며, 신앙이라는 이름 아래 이성을 거부하고 윤리를 외면한 결과다.
이제 개신교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성경의 무오성을 고수하며 점점 더 고립되는 길을 택할 것인가, 아니면 성경을 비판적으로 재검토하고 신앙의 본질을 재구성할 것인가. 그러나 지금까지의 행보로 미뤄볼 때, 여전히 첫 번째 길에 집착하고 있는 듯하다. 그렇다면 성경이 무너졌기에, 개신교도 무너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