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무오설, 흔들리는 근거들: 본문에 드러난 모순과 윤리적 난제
많은 기독교 신자들은 성경을 '절대 무오한 하나님의 말씀'으로 고백합니다. 이는 성경이 오류 없이 완벽하며, 모든 기록이 역사적, 과학적, 도덕적으로 진리라는 믿음에 기반합니다. 그러나 성경 본문을 비판적으로 읽어보면, 이러한 '무오설'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지점들이 곳곳에서 발견됩니다. 본문 자체에 내재된 명백한 모순들, 현대 과학과의 충돌, 그리고 오늘날의 보편적 윤리 의식으로는 납득하기 어려운 내용들은 성경의 권위와 해석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합니다.
본문 자체에 내재된 모순들
성경은 여러 시대에 걸쳐 다양한 저자들에 의해 기록되었기에, 기록들 사이에 차이가 발생하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 차이가 단순한 관점의 다름을 넘어 명백한 사실 관계의 불일치, 즉 모순으로 나타난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 후 무덤을 처음 찾은 마리아 막달레나 사건만 보더라도 그렇습니다. 마가복음은 그 시각을 "해가 돋은 후"라고 기록하지만, 요한복음은 "아직 어두울 때"라고 서술하여 시간적 배경이 서로 다릅니다. 또한, 솔로몬 성전의 두 기둥 높이에 대해 열왕기상에서는 18규빗으로, 역대기에서는 35규빗으로 기록하여 동일한 대상에 대한 수치가 크게 차이 납니다. 다윗의 인구 조사 결과나 번제단을 위해 타작마당을 구매한 가격 등에서도 사무엘서와 역대서 간에 수치 차이가 발견됩니다. 어떤 구절에서는 "하나님을 본 사람이 없다"고 단언하지만, 다른 구절에서는 야곱, 모세, 이사야 등 여러 인물이 하나님을 직접 보거나 대면했다고 묘사합니다. 이러한 자체 모순들은 성경이 완전하고 오류 없는 신적 영감으로 기록되었다는 주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과학적 사실과의 명백한 괴리
성경의 일부 기록은 현대 과학 지식과 정면으로 배치됩니다. 창세기의 6일 창조 서사는 약 138억 년의 우주와 약 45억 년의 지구 역사를 밝혀낸 현대 우주론 및 지질학과 큰 간극을 보입니다. 지구의 나이가 수천 년에 불과하다는 문자적 해석은 방대한 지질학적, 물리학적 증거에 의해 지지받기 어렵습니다.
여호수아기 10장에 나오는 태양을 멈추게 했다는 기적 이야기는 물리학적으로 불가능할 뿐 아니라, 전 세계 어느 문명의 역사 기록에서도 그러한 전 지구적 현상에 대한 언급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만약 지구의 자전이 갑자기 멈춘다면, 그 물리적 충격은 상상할 수 없는 재앙을 초래할 것입니다. 인류의 기원에 대한 성경의 서술 역시 과학과 충돌합니다. 아담과 하와 두 사람으로부터 인류가 시작되었다는 이야기는 화석 기록, 고고학적 발견, 그리고 DNA 분석을 통해 밝혀진 인류 진화의 역사와 일치하지 않습니다. 또한, 박쥐를 새로 분류하거나, 토끼가 되새김질을 한다거나, 곤충의 다리 수를 잘못 언급하는 등 생물학적 오류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과학적 오류들은 성경이 기록될 당시의 시대적, 문화적 한계 속에서 인간 저자들이 자신들의 인식 수준대로 기록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현대 윤리 기준으로 충격적인 도덕적 문제들
성경은 흔히 도덕과 윤리의 근원으로 여겨지지만, 본문에는 오늘날의 보편적 윤리 의식으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심지어 충격적인 내용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습니다. 구약성경에서 하나님이 이스라엘 백성에게 가나안 원주민들을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모두 진멸하라고 명령하는 장면들은 현대 관점에서 집단 학살을 신이 명령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으며, 이는 신의 속성에 대한 심각한 의문을 제기합니다.
노예제를 당연시하는 규정도 문제입니다. 출애굽기 21장 등에서는 노예를 재산으로 취급하며, 주인이 노예를 때려 죽게 해도 즉시 죽지 않으면 처벌받지 않는다는 규정은 인권의 개념과는 거리가 멉니다. 여성에 대한 차별적이고 폭력적인 규정은 더욱 심각합니다. 신명기 22장에서는 처녀가 강간당했을 경우, 가해 남성이 그 여성과 결혼하고 아버지에게 돈을 지불하면 처벌을 면하는 끔찍한 내용이 있습니다. 이는 피해자가 자신의 성폭행범과 평생 결혼 생활을 해야 하는 비극적인 상황을 율법으로 정당화한 것입니다. 신명기 21장에서는 전쟁 포로 여성을 강제로 아내로 삼는 것을 허용하는 규정도 발견됩니다. 이는 전쟁 중 성폭력과 강제 결혼을 하나님의 율법으로 용인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으며, 현대 사회의 성 인권 감수성으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내용입니다.
더욱이, 성경 내부에서도 도덕적 판단이 왜곡된 사례가 있습니다. 소돔에서 자신의 두 딸을 내어주어 욕보이게 하려 했고, 훗날 두 딸과 근친상간을 저지른 롯을 신약성경 베드로후서에서는 "의로운 사람"이라고 칭송합니다. 이처럼 보편적 양심으로 용납하기 어려운 행위들이 신앙의 미담처럼 서술되거나, 심지어 신의 명령으로 묘사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무오설을 넘어선 성경 읽기
성경 본문에 명백히 존재하는 이러한 수많은 모순, 과학적 오류, 그리고 현대 윤리 기준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도덕적 문제들은 성경이 '절대 무오한 진리의 책'이라는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게 만듭니다. 이러한 결함들은 성경 해석에 있어서도 다양한 논란과 문제들을 발생시키는 근본적인 원인이 됩니다.
물론 성경을 신앙의 관점에서 읽고 해석하는 것은 각자의 자유입니다. 그러나 성경 본문 자체에 드러난 이러한 문제들을 외면하고 무조건적인 무오설만을 고집하는 것은 비합리적일 수 있습니다. 오히려 성경을 기록된 시대의 역사적, 문화적 배경 속에서 이해하고, 본문에 나타난 다양한 관점과 한계들을 인정하며 비판적으로 읽어내는 자세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