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의 탈을 쓴 탐욕: 종교 지도자의 사기극이 던지는 경고
신앙의 이름으로 벌어진 사기극이 또 한 번 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다. 서울 강남 청담동 소재 교회의 목사 A씨가 유사수신행위와 사기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사건은 단순한 개인의 일탈로 보기에는 그 구조적 배경이 너무나 무겁고 깊다.
A씨는 자신이 대표로 있는 ‘조이153페이’라는 결제 플랫폼에 투자하면 고수익을 보장하겠다며 교회 신도들을 유혹했다. 그가 제시한 것은 투자 상품이 아니라, 신뢰였다. 그리고 이 신뢰는 단지 금융 상품의 안정성을 보증하는 수단이 아니라, 하나님을 매개로 한 절대적 믿음의 산물이었다.
종교 지도자로서의 사명을 망각한 채, 교회 강단을 탐욕의 플랫폼으로 삼은 그의 행위는 신앙의 근간을 뒤흔드는 일이다. 예배당이 더 이상 영혼의 안식처가 아닌, 투자 설명회장이 되어버린 현실은 우리 사회가 종교를 바라보는 시선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함을 시사한다.
이번 사건이 특히 심각한 이유는, 목사라는 직책이 갖는 상징성과 한국 개신교 내 권위주의적 구조 때문이다. 많은 교회는 목사 개인에게 막강한 영향력을 부여하며, 그의 판단은 곧 하나님의 뜻처럼 여겨진다. 이런 구조에서는 그릇된 결정조차 비판받기 어려우며, 신도들은 쉽게 ‘영적 권위’ 앞에 무장해제된다.
이는 단지 A씨 개인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몇 해 전에도 교회 권사가 주식 투자 전문가를 사칭해 수백억 원을 끌어모은 뒤 가로챈 사건이 있었다. 종교적 신뢰를 악용한 사기는 반복되고 있으며, 이 모든 사건이 공통적으로 드러내는 것은 종교 공동체 내부의 금융 감시망 부재다.
종교는 믿음을 통해 사람들을 위로하고, 공동체를 건강하게 이끌어야 한다. 그러나 그 믿음이 돈의 언어로 포장되고, 설교가 수익률과 연결되는 순간, 종교는 본질을 잃고 범죄의 온상이 된다. 이제는 묻지 않을 수 없다. “누구를 위한 믿음인가?”
제도적 대응이 필요하다. 종교기관 내 금융활동에 대한 최소한의 투명성과 감시 체계는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 목사와 종교 지도자들에게도 윤리 교육과 함께 경제 활동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신도들 역시 종교적 신뢰가 곧 경제적 신뢰로 이어져선 안 된다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이번 청담동 목사 사기 사건은 한국 교회가 안고 있는 병폐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단면이다. 피해자들의 아픔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우리 사회는 이제 종교와 돈, 믿음과 권력 사이의 건강한 경계를 새롭게 그려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