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위의 개혁가, 권력의 유혹을 떨쳐낼 수 없는가: 프란치스코 교황의 언행불일치와 가톨릭 교회의 딜레마
프란치스코 교황의 최근 행보는 가톨릭 교회 안팎에서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의 건강이 악화됨에도 불구하고 "아직 실현해야 할 많은 계획이 남아 있다"며 교황직 사임 의사가 없음을 거듭 밝히는 모습은, 겉으로는 헌신적인 사명감으로 포장되어 있지만, 일각에서는 권력에 대한 개인적인 집착으로 해석되고 있다. 휠체어에 의지한 채 강론하는 그의 모습은, 파킨슨병으로 고통받으면서도 임종 직전까지 교황직을 고수했던 요한 바오로 2세를 연상시킨다. 당시에도 그의 헌신은 많은 이들에게 존경받았지만, 동시에 교황청 운영의 불투명성을 심화시킨다는 비판 또한 거셌다. 이러한 상황은 가톨릭 교회의 리더십에 대한 신뢰를 흔드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이러한 행보는 2013년 건강 악화를 이유로 스스로 퇴임하여 600여 년 만에 교황직 용퇴의 선례를 남긴 베네딕토 16세와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그의 충격적인 결단은 지도자로서의 겸손한 책임감으로 받아들여졌고, 교황도 필요하다면 권력을 내려놓을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베네딕토 16세는 교회와 신자들을 위한 최선의 선택을 고민하며, 자신의 건강과 능력의 한계를 인정한 것이다. 그러나 프란치스코 교황은 과거 "권력을 경계하라"며 겸손을 역설하고 베네딕토 16세의 용기를 치하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지금은 요한 바오로 2세의 전철을 밟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러한 비판은 교황의 권력 유지가 교회 개혁의 진정성을 해치고 있다는 주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자신의 행보를 "미완의 교회 개혁 과업을 완수하기 위한 책임감"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비평가들은 그 이면에 권좌에 대한 강한 애착이 자리하고 있다고 의심한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교황직의 막강한 권한과 종신제라는 폐쇄적인 특성이 이러한 논란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는 점이다. 가톨릭 교회는 견제 장치 없이 모든 결정권이 교황 개인에게 집중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지도자가 권좌에 연연하면 교회 전체가 그의 의중에 좌우될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교회의 중요한 결정들이 개인의 주관적인 판단에 의해 이루어질 위험이 커진다.
가톨릭 교회의 통치 구조는 마치 절대 왕정과 같다. 교황은 교회의 최고 권력자로서 법률 제정, 인사 임명, 재정 운영 등 모든 분야에서 절대적인 권한을 행사한다. 교황청은 그의 명령을 수행하는 관료 조직에 불과하며, 평신도들의 참여는 극히 제한적이다. 이러한 폐쇄적인 구조는 교황의 독단적인 결정을 가능하게 하고, 권력 남용의 가능성을 높인다. 교회 내부의 다양한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교회 운영에 대한 비판과 반발이 커질 수밖에 없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사례는 개혁을 강조해온 지도자조차 권력 앞에서는 겸손을 지키기 어렵다는 역설을 보여준다. 그는 사회 문제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과 소외된 계층에 대한 따뜻한 연대를 보여주며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었지만, 정작 자신의 권력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관대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가톨릭 교회 통치 구조의 딜레마를 다시 한번 환기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 교회의 미래를 위해서는 권력의 집중이 아니라 분산이 필요하다는 점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그렇다면, 가톨릭 교회는 어떻게 이 딜레마를 극복하고 진정한 개혁을 이룰 수 있을까?
가장 중요한 것은 교황의 권한을 제한하고, 교황청 운영의 투명성을 높이는 제도적 개혁이다. 교황의 권한을 견제할 수 있는 독립적인 감사 기구를 설치하고, 교황 선출 과정에 평신도들의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 또한, 교황청의 재정 운영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외부 감사를 의무화해야 한다. 이러한 제도적 개혁을 통해 가톨릭 교회는 권력 남용의 가능성을 줄이고,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가톨릭 교회는 시대착오적인 종신제도를 재검토해야 한다. 교황의 임기를 제한하고, 건강상의 이유로 직무 수행이 어려운 경우 자진 사임할 수 있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이는 교황 개인의 부담을 덜어주고, 교회의 안정적인 운영을 보장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또한, 젊고 유능한 인재들이 교회의 리더십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금이라도 자신의 언행불일치를 인정하고, 교회 개혁을 위한 진정한 의지를 보여주어야 한다. 그는 자신의 권력을 내려놓고, 제도적 개혁을 추진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또한, 교회 내부의 다양한 목소리를 경청하고, 평신도들의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결단에 따라 가톨릭 교회의 미래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결론적으로, 프란치스코 교황의 "버티기"는 가톨릭 교회 통치 구조의 딜레마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휠체어 위의 개혁가가 권력의 유혹을 떨쳐내고 진정한 개혁을 이룰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가톨릭 교회가 시대착오적인 통치 구조를 개선하고, 민주적이고 투명한 운영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는다면, 미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택은 단순한 개인의 역사를 넘어, 전 세계 가톨릭 신자들의 삶과 신앙에 깊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그의 다음 행보를 주시하며, 교회가 더욱 투명하고 민주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끊임없이 요구해야 할 것이다.
주요 참고 기사
AP통신: Pope acknowledges criticism and health issues but says in his new memoir he has no plans to retire (2024.3.13)
Catholic News Agency: Pope Francis takes on critics in autobiography, says he won’t be resigning (2024.3.14)
동아일보: 교황 "권력 포기는 겸손의 힘"…힘 실리는 ‘조기 사임설’ (2022.8.29)
The Guardian: Pope under pressure to resign after jubilee (2000.5.18)
가톨릭프레스: 프란치스코 교황, 연일 '권력을 경계하라' 강조 (2022.9.5)